👑 폭군의 셰프 연산군, 왕의 식탁에 담긴 권력과 탐욕

은퇴 후 새로운 시작을 그린 감동 드라마
김영수는 아침 7시에 깨어났지만 침대에서 일어날 이유를 찾지 못했다. 37년간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회사로 향하던 습관이 사라진 지 벌써 6개월이 지났다. 은퇴 후 처음엔 자유로움에 기뻐했지만, 이제는 그 자유가 무겁게 느껴졌다.
"아버지, 아침 드세요." 며느리 소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수는 무거운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갔다. 아들 민호는 이미 출근 준비를 마치고 있었고, 손주 지훈이는 학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할아버지, 오늘도 집에만 계실 거예요?" 지훈이가 물었다. 영수는 대답 대신 쓴웃음만 지었다. 가족들이 모두 나간 후, 집 안은 다시 적막에 휩싸였다.
점심 무렵, 영수는 혼자 공원을 산책하고 있었다. 벤치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던 중,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수야! 정말 김영수 맞지?"
돌아보니 고등학교 동창인 박철민이 서 있었다. 30년 만의 재회였다. 철민은 영수를 반갑게 안으며 말했다.
목요일 아침, 영수는 오랜만에 일찍 일어났다. 산책 모임에 처음 참석하는 날이었다. 공원에 도착하니 10여 명의 시니어들이 모여 있었다. 철민이 영수를 소개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영수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다. 집에 도착하자 며느리 소영이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아버지, 오늘 표정이 많이 밝으세요."
영수는 오랜만에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은퇴 후 처음으로 내일이 기다려졌다. 새로운 시작의 첫걸음을 내딛은 것 같았다.
산책 모임에 참여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영수는 이제 목요일과 화요일이 기다려졌다. 친구들과 함께 걷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삶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어느 화요일, 모임이 끝난 후 순자가 영수에게 말했다.
"영수씨, 혹시 악기 다룰 줄 아세요?"
가야금. 영수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대학 시절 가야금 동아리에서 활동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가야금을 다시 만진 순간, 영수의 손가락이 떨렸다. 줄을 튕기자 나는 소리가 너무나 그리웠다. 어설프지만 옛날에 자주 연주했던 "아리랑"을 조금씩 연주해보았다.
한 달 후, 가야금 교실에서 작은 발표회가 열렸다. 영수는 "고향의 봄"을 연주하기로 했다. 가족들도 모두 와서 응원해주었다.
연주가 끝나자 박수소리가 울려퍼졌다. 지훈이가 달려와 안겼다.
"할아버지, 정말 최고예요!"
가야금 발표회가 끝난 후 며칠 뒤, 딸 현주가 갑자기 집에 찾아왔다. 평소보다 심각한 표정으로 영수에게 말했다.
"사실 오늘 모신 이유가 있어요. 아버지들께 여쭤보고 싶은 게 있거든요."
"할머니... 친할머니 이야기예요."
현주는 노란 봉투를 꺼냈다. 영수와 형제들은 모두 놀란 표정이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일주일 전에 현주에게만 전해주신 편지였다.
편지에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를 도와준 분이 계셨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분과는 재혼하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서로를 의지하며 살았다는 이야기였다.
일주일 후, 형제들은 함께 박 할아버지를 찾아뵈었다. 85세의 박 할아버지는 그들을 보고 눈물을 흘리셨다.
"너희 어머니는 정말 훌륭한 분이었다. 나는 그저 옆에서 도움이 되고 싶었을 뿐이야."
어머니의 편지 사건 이후, 영수는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았다. 하지만 가족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이웃과의 관계라는 생각도 들었다.
순자가 흥미로운 제안을 했다.
"우리 동네에 빈 상가가 하나 있는데, 거기서 작은 커뮤니티 센터를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2주간의 설문조사 결과, 80% 이상의 주민들이 커뮤니티 센터 설립에 찬성했다. 이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차례였다.
한 달 후, 드디어 '우리동네 커뮤니티센터'가 문을 열었다. 개관식에는 동네 주민 100여 명이 참석했다.
가장 기뻤던 순간은 세대 간 교류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을 볼 때였다. 어느 날 오후, 컴퓨터를 어려워하시는 할머니께 고등학생이 친절하게 알려드리는 모습을 보았다.
"할머니, 이렇게 하시면 돼요. 천천히 해보세요."
"고마워, 얘야. 우리 손자만큼 착하구나."
커뮤니티 센터를 운영한 지 6개월이 지난 어느 봄날, 영수는 센터 카페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창밖으로 벚꽃이 흩날리는 것을 보며 괜히 마음이 설레었다.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수씨?"
고개를 돌리자 40년 전 첫사랑 정미영이 서 있었다. 영수의 심장이 쿵 하고 뛰었다.
미영은 5년 전 남편을 먼저 보내고 혼자 살고 있다고 했다. 영수도 6개월 전에 아내를 먼저 보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날부터 미영은 센터에 자주 나왔다. 어느 날 저녁, 영수는 미영에게 같이 저녁식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40년 만의 데이트였다.
그 주말, 영수는 미영을 집으로 초대했다. 가족들과의 만남은 생각보다 자연스러웠다. 미영은 손주 지훈에게 특히 친절했고, 지훈도 미영을 금세 좋아했다.
"미영씨, 우리 진짜 다시 시작해볼까요?"
"좋아요. 늦은 나이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미영과의 사랑이 깊어져가던 중, 커뮤니티 센터에 큰 기회가 찾아왔다. 시청에서 '우수 커뮤니티 센터'로 선정되어 지원금을 받게 된 것이다.
조건이 있었다. 지역 문화 행사를 개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순자가 제안했다.
"세대 간 교류를 주제로 한 축제면 어떨까요? 시니어들의 전통문화와 젊은 세대의 현대문화가 어우러지는 행사로요."
한 달간의 노력 끝에 드디어 참가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60대 할머니들의 민요팀, 고등학생들의 밴드, 아이들의 태권도 시연팀 등 다양한 팀들이 참가했다.
드디어 행사 당일이 되었다. 첫 번째 무대는 영수의 가야금 연주였다. "고향의 봄"을 연주하자 관객들이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마지막 무대였다. 시니어들과 젊은이들이 함께 "아리랑"을 부르는 시간이었다.
행사가 끝나자 큰 박수가 터져나왔다. 시청 담당자가 영수에게 다가왔다.
"정말 감동적인 행사였습니다. 이런 세대 간 화합의 모습을 보니 뭉클하네요."
문화 행사의 성공으로 커뮤니티 센터는 더욱 활기를 띠게 되었다. 영수는 이를 계기로 정기적인 세대교감 프로그램을 확대하기로 했다.
고등학생 이준호가 영수에게 제안했다.
"시니어분들과 함께하는 전통문화 체험이요. 할아버지, 할머니들께 전통놀이도 배우고, 옛날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첫 번째 프로그램은 '전통놀이 배우기'였다. 70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에게 윷놀이, 제기차기, 딱지치기를 가르쳐주었다.
두 번째 프로그램은 '요리 체험'이었다. 순자 할머니가 주도해서 아이들과 함께 전통 떡을 만들었다.
가장 의미 있었던 시간은 '인생 이야기 나누기' 시간이었다. 시니어들이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고, 아이들이 자신의 꿈과 고민을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
한 달 후, 체험 프로그램의 마지막 날이었다. 아이들이 직접 만든 감사 편지를 시니어들께 전달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덕분에 옛날 이야기도 많이 알게 되고, 전통놀이도 배웠어요. 정말 감사해요."
세대교감 프로그램의 성공으로 영수의 마음은 더욱 충만해졌다. 봄이 깊어가던 5월 어느 날, 미영이 특별한 제안을 했다.
"영수씨, 우리 가족들 다 모여서 큰 잔치 한번 해봐요. 센터 1주년도 되고, 우리가 다시 만난 지도 1년이 되잖아요."
영수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결혼 이야기였다. 65세의 나이에 새로운 출발을 한다는 것이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
가족들의 축복을 받은 영수는 용기를 냈다. 다음 날 미영에게 정식으로 청혼했다.
"미영씨, 나와 함께 남은 인생을 살아주실래요?"
"네, 좋아요. 함께 아름다운 노년을 만들어가요."
결혼식은 커뮤니티 센터에서 열기로 했다. 대신 센터 1주년 기념행사와 함께 큰 축제로 만들기로 했다.
결혼식 당일, 센터는 축제 분위기로 가득했다. 1층은 결혼식장으로, 2층은 피로연장으로 꾸몄다.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결혼식에는 특별한 순서가 있었다. 세대별로 축하 메시지를 전하는 시간이었다.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영수가 가야금으로 미영에게 세레나데를 연주하는 시간이었다. "사랑의 기쁨"을 연주하자 모든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들었다.
저녁 무렵, 모든 행사가 끝나고 정리를 하는 시간에 영수는 센터 안을 둘러보았다. 1년 전 처음 문을 열었을 때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너무 달랐다.
그때는 텅 빈 공간이었는데, 이제는 웃음과 사랑이 가득한 공간이 되었다.
미영이 영수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당신 덕분에 정말 아름다운 공동체가 만들어졌네요."
"우리 모두의 노력이죠. 저 혼자서는 할 수 없었을 거예요."
그날 밤 영수는 새로운 아내 미영과 함께 센터에서 마지막 정리를 하며 지난 1년을 돌아봤다.
은퇴 후 무료함으로 시작된 시간이 이제는 가장 보람찬 시간이 되었다. 새로운 사랑도 찾았고, 가족과의 관계도 더욱 깊어졌다.
무엇보다 이웃들과 함께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었다.
"정말 새로운 봄날이네요." 미영이 말했다.
"그래요. 우리의 진짜 봄날이 지금 시작되는 것 같아요."
65세에 시작된 영수의 두 번째 인생은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언제든 새로운 시작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감동적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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